한국사회 난제, 청년들에게… 675개 연구과제 지원
석·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71억 9천만원’
글로벌리서치 ‘20명’ 해외 10개국서 연수

교육부는 한국 사회가 직면한 현안들을 청년 연구자의 시선에서 풀어 가도록 82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내놨다. 인공지능(AI) 시대의 직무 적응, 지방소멸과 생활 인프라, 비혼 청년의 시간빈곤, 기후위기 시대 소비행태 변화 등 인문사회 연구분야 중에서도 피부에 와닿는 주제들이다.
교육부는 올해 인문사회 분야 청년 연구자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박사후 연구자를 대상으로 한 해외연수 사업을 처음 도입한다고 24일 밝혔다. ‘석·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 신규 과제는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675개를 선정했고, 박사후 연구자를 위한 ‘글로벌리서치’ 사업도 신설해 20명의 연구자가 해외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수행하게 됐다.
이번 선정 결과는 인문사회 분야 차세대 연구자들이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미래 과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선정 과제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연구 중 하나는 최우성 경희대 석사과정생의 ‘지방소멸 및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역 인프라 공공지원 우선순위 도출 연구’다. 연구 주제만 보면 지역개발 정책 연구처럼 보이지만, 연구자는 전국의 목욕탕 데이터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목욕탕이 지역 주민들의 생활 기반시설이자 공동체 공간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기후위기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어떤 지역의 생활 인프라가 가장 취약한지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공지원의 우선순위를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방소멸 문제를 거시적 인구 통계가 아닌 주민들의 일상생활 공간에서 접근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후위기와 지역 불균형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기초생활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시사점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AI가 바꿔놓은 사회, 국내외 대학서 연구 지원
생성형 AI 확산은 이번 연구과제들에서도 핵심 화두로 등장했다.
정고운 경상국립대 석사과정생은 ‘AI 시대 직장인은 어떻게 적응하는가’를 연구한다. 같은 기술을 접하더라도 누군가는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누군가는 불안감이나 거부감을 느낀다. 연구는 이러한 차이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분석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연구자는 국내 직장인들의 AI 태도와 역량을 분석해 유형별 특성을 분류하고, 각 집단이 경험하는 직무 적응 과정을 비교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과 기관이 구성원 특성에 맞는 AI 도입 전략과 지원 정책을 설계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다는 목표다. AI 전환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기술 자체보다 사람과 조직의 변화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인문사회 연구의 역할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교육 현장의 AI 활용 문제를 다루는 연구는 해외 대학에서 진행된다.
서울대 고보경 연구자(교육공학)는 미국 퍼듀대에서 AI 활용 교육의 거버넌스와 윤리적 실천 메커니즘을 연구한다. 생성형 AI가 학교 현장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교육 윤리를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닌 정책·제도·학교 환경 등 구조적 관점에서 분석한다. 연구를 통해 AI교육 윤리성 평가 프레임 워크를 개발하고 최종적으로 학교 현장에서 활용가능한 진단도구 제시할 계획이다.
‘돈 없는데 시간도 없는 청년들’ 빈곤 연구 새 시선
다양성과 행복, 기후위기의 역설 등 다양한 연구들
젊은 연구자들을 위한 지원사업답게 청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있다.
양다연 서울대 박사과정 학생은 비혼 청년들이 겪는 ‘시간빈곤’ 문제를 연구 주제로 선택했다. 청년 정책은 대체로 주거·일자리·소득 문제에 집중돼 왔지만, 실제로는 과도한 노동과 경쟁 속에서 자신의 삶을 위한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 역시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연구는 비혼 청년들의 소득 수준과 노동시간, 여가활동, 사회관계 형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다. 특히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 문화생활 참여와 사회적 관계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연구자는 이를 ‘시간 주권’이라는 용어로 풀어간다.

국제적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분석하는 연구들도 선정됐다.
전남대 김진석 연구자(사회심리)는 영국 서식스대에서 인구 다양성과 주관적 안녕감의 관계를 연구한다. 인구 다양성이 개인의 주관적 안녕감에 미치는 영향을 규명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UN데이터, 한국·영국 자료 및 실험설계를 활용해 다문화 사회로 변화하는 한국에서 다양성과 행복의 관계를 통합적으로 설명하려 한다.
기후위기를 다루는 연구도 눈에 띈다. 박대영 KAIST 박사과정생은 기후변화 위협 인식이 오히려 친환경 소비를 감소시키고 건강하지 않은 식품 소비를 늘릴 수 있다는 역설적 현상에 주목했다.
일반적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질수록 친환경 행동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구는 실제 인간 행동이 반드시 그렇게 움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검증하려 한다. 기업의 마케팅 전략, 정부의 공중 보건 및 정책 수립을 위한 실증적 근거를 제시할 전망이다.
최교진 “인문사회분야 청년 연구자들 두텁게 지원”
이번 사업은 인문사회 분야 청년 연구자 지원 규모가 확대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석·박사과정생 연구장려금은 지난해 338개 과제에서 올해 675개 과제로 늘었다. 신청 과제 수도 증가하면서 인문사회 분야 연구 수요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오는 9월 1일부터 연구과제가 시작되며, 총 71억 9천만 원을 지원한다.
박사후 연구자를 위한 글로벌리서치 사업도 새롭게 도입해 국제 공동연구 경험과 해외 연구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기로 했다. 인문사회 기초연구지원 사업 내 박사후 국외연수 지원의 일환으로 운영한다. 선정된 연구자들은 미국, 영국, 캐나다, 중국, 말레이시아 등 10개국의 연구기관에서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그간 인문사회 분야는 국제적 연구 경험을 갖춘 국내 연구자 양성의 필요성이 제기돼 온 만큼 이번 사업은 차세대 연구자 육성 정책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문사회 분야 박사후 청년 연구자에게 해외 기회를 제공해 국제적 연구 경쟁력을 갖춘 인재로 성장토록 지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번 글로벌리서치 사업의 지원 대상은 연구과제 개시일(9월 1일) 기준 5년 이내 국내 대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대한민국 국적의 만 39세 이하(1986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 연구자로, 지원 인원은 20명이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박사후 시기의 국외연수 경험과 석·박사과정의 연구지원은 젊은 연구자들이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인문사회 분야 청년 연구자들이 대한민국의 학술생태계를 이끄는 핵심 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두텁게 이어 나가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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